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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1 16: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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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 소식지 17호] 서평_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2: 직업환경보건의 사회적 분석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2- 직업환경보건의 사회적 분석

서제희(한양의대 예방의학교실)

보건학과 예방의학을 공부하고 있음에도 전공이 산업의학이 아니라는 핑계로 잘 알지 못하고 잘 알려고 생각지도 못했던 산업보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작년에 ‘보건관리대행’이라는 것을 접하게 된 이후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소속 노동자의 건강을 위하여 보건관리자를 선임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전문 기관에 위탁하여 시행하는 것이 ‘보건관리대행’이다. 여기서 내가 경험했던 일은 여러 사업체를 돌아다니며 노동자들을 직접만나 그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근로환경을 파악하고, 위험요인들에 대하여 교육하고 지도하는 일 등이었다. 이 경험과 시민건강증진 연구소 연구진과 함께한 국가 암 관리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작업 중 발암물질을 포함한 위험 물질에의 노출을 포함한 노동 환경을 둘러싼 전반적인 것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보건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The Point of Production)」이 처음 국내에 발간되었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답습적으로 내 연구 논문에 직업 또는 직종 등을 연구 변수로 포함시켰을 뿐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 정도로 노동과 건강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달라져 있었기에 매우 흥미롭게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찰스 레벤스타인이 존 우딩과 함께 쓴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The Point of Production)」의 후속편 격으로, 전작의 분석틀을 이용한 구체적인 연구 중에서 New Solutions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Policy에 게재된 글을 모은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전작에서 반영하지 못하였던 자본의 세계화와 노동 환경과의 관계, 젠더 이슈 문제 등을 함께 다루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노동과 건강에 대한 연구들이다. 저자들은 브라질과 멕시코 노동자들이 거대 자본과 사유화 등으로 인한 점점 더 빈곤하게 되는 것과 노동 환경에 대한 국가 규제가 완화가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제2부는 환경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사과농작에 쓰이는 발암성 농약인 알라를 둘러싼 196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논란과 사건을 통해 환경 규제의 허점과 그것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대하여 검토하였으며, 환경과 노동, 보건 부문의 분절적 규제와 행정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폐해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 제 3부에서는 노동관계와 젠더 문제의 교차 영역에 대한 이슈들과 논란, 연구 결과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제 4부는 노동 환경과 노동자 건강을 연구함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슈와 논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끝부분에는 역자들의 코멘트가 꽤 장문의 글로 작성되어 있는데 한국적 맥락에서 각각의 이슈를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장면과 경험 몇 가지. 작년에 방문했던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사업주는 회사의 이윤만을 고려할 뿐,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어보였다. 일반적으로 사업체들이 형식적일지라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의 행동은 취하는 반면, 이 사업주는 보건관리를 대행하는 것 이외의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사위가 검사라는 것이 그러한 태도의 이유였던 것일까?). 위해 환경 관리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식당에 고장난 컵 자외선 소독기가 그대로 몇 년째 방치되어 있었고 따로 물컵을 비치하지도 않아서 노동자들이 식사 후 물을 마시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 사업주에게 노동자들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노동자들에게 그 회사는 어떤 의미인 것일까? 자본과 이윤 앞에서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명무실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사례들은 많았다. 사업체의 산업안전보건 담당자들이 작업환경이 기준치를 넘으면 행정적 절차가 많아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꼼수를 동원하는 것, 측정치를 왜곡하는 것 등을 당연하게 행하고 있었으며, 대기업들은 외주 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공정에 배치하여 그 부담을 다 떠넘기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하고, 계속적으로 개정되어 표면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규제 정책이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왜 이러한 상황들이 만연한 것일까?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듯 노동 환경에 대한 개별적 접근과 형식적인 규제로 인하여 노동자 건강 증진과 보호가 궁극적인 목적임에도 이는 뒷전이고 발암 물질과 소음과 같은 위해 물질 및 환경이 주인공이 되고 만 것이다. 또한 노동자 건강의 관리를 공적 부문에서 책임지지 않고, 보건관리대행업자와 같은 사적 영역으로 위임함으로 인하여 노동자의 건강이 시장에서 가격에 의해 흥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보건학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 순간이 많았다. 보건관리 대행을 경험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 고민했던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것이라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지금껏 무지했던 나를 다시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동은 자아실현의 계기이기도 하고 생활의 원동력이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자본과 이윤이라는 것 때문에 노동의 가치, 나아가 노동자의 가치는 우선순위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나처럼 이러한 부조리를 잠깐이라도 경험하고, 희미하게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학회 회원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시라!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는 하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하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1편과 함께 읽으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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